미국의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가 23일(현지시각) 자신의 선거 운동 중단을 발표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케네디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무자비하고 조직적인 검열과 미디어 통제하에서 더 이상 선거 승리를 위한 현실적인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과 트럼프가 민주당의 “끊임없는 법적 싸움”에 시달렸다며 “정직한 시스템이었다면 내가 이겼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 변호사 출신인 케네디는 민주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당내 경선 도중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즉각 비난했고 민주당 집행부 격인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뉴욕 등 여러 주에서 케네디를 투표 용지에서 배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케네디는 카멀라 해리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과 경쟁했던 경선에서 해리스가 “단 한 명의 대의원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케네디는 바이든이 후보를 사퇴하면서 경선을 패스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차기 후보로 지명한 것도 민주적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내가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이제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원칙적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지율 한때 20%에서 하락세…선거 자금 바닥
이번 선언은 지난주 캠프 측 주요 인사로부터 ‘케네디 후보가 트럼프 지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 이후 추측이 쏟아지던 가운데 나왔다.
케네디는 바이든, 트럼프와의 3자 대선 구도에서 존재감을 유지해왔다. 특히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자 지지율이 한때 2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트럼프 암살 시도, 바이든의 후보 사퇴, 해리스의 민주당 후보 부상 등으로 상황이 격변하며 양자 구도가 굳어지자 케네디의 지지율도 추락했다.
자금력이 중요한 미국 대선에서 캠프가 처한 재정난도 거론된다. 지난 21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7월 재정 현황은 현금 390만 달러(약 51억원)와 빚 350만 달러(약 46억원)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경합주 10곳에서만 철수…다른 주는 후보 유지
미국의 대선은 주마다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일부 주에서만 후보에 출마하는 일이 가능하다.
케네디는 자신이 투표용지에 남아 있을 경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10개 주에서만 이름을 빼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운동을 중단할 뿐 후보에서 완전히 사퇴하는 것은 아니라며 “트럼프나 해리스를 돕거나 방해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투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트럼프와 캠프 측 인사들을 여러 차례 만났고 불법 이민자 문제와 자유 보호, 전쟁 종식 등의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했다며, 트럼프로부터 차기 행정부의 일원이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민주당은 환호…트럼프·해리스 유불리는 ‘글쎄’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이번 케네디의 선거 운동 중단 발표를 두고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은 환호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위원회 수석 고문 멜리 베스 카힐은 성명을 발표해 “(트럼프는) 실패한 변두리 후보의 짐을 물려받고 있다”며 케네디를 향해 “잘 가세요”라고 말했다.
해리스 캠프는 케네디를 지지했던 유권자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캠프 선대위원장 젠 오말리 딜런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에 지쳐 대안을 찾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우리 캠프에 동참할 것”이라며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캠프도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트럼프 캠프 선거 전략가 겸 여론조사 전문가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케네디 지지자들이 트럼프 쪽으로 더 많이 흡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캠프에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리스와 트럼프가 팽팽히 맞서는 양자 구도에서 케니디의 선택이 특정 후보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렉셀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윌리엄 로젠버그는 로이터 통신에 “케네디의 낮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감안할 때 이번 행보가 대선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