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중 패권 경쟁은 미국 정권 교체 상관없이 지속…한국 國益 합일점 찾아야”

최창근
2024년 08월 21일 오후 8:36 업데이트: 2024년 08월 21일 오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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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출신 중국전문가 임방순 박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강자끼리 싸울 때 주변 약자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경우를 뜻하는 속담이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휴전선으로 분단된 북한이 핵 개발을 가속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에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지난 역사도 증명한다. 17세기 한족(漢族)의 명(明)과 여진족(女眞族)의 청(淸)의 세력 교체기, 이른바 명청 교체기 조선은 소중화(小中華) 사상에 의거하여 명에게는 사대하고 청은 오랑캐라 멸시하다 정묘호란, 병자호란의 참화를 겪었다. 구한말에는 노제국 청과 신흥 열강 일본의 청일전쟁, 전통 강국 러시아와 일본의 러일전쟁 결과 조선은 보호국을 거쳐 1910년 국권을 잃는 이른바 경술국치를 겪었다.

21세기 들어 한반도도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때문이다. 처음에 무역 전쟁으로 시작된 양국의 경쟁은 전방위로 확산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지구촌 질서를 재편하고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경쟁자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일본, 독일 등 자유민주주의 우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경기 침체에 빠졌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실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본격적인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한 중국은 미국의 경제 패권에 실존 위협으로 부상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 시장 환율로 환산한 중국의 GDP는 2021년 미국의 75.2% 수준까지 올랐다. 2022년 69.7%, 2023년 65%로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미국으로서는 임계치를 넘은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포문을 연 미중 패권 경쟁은 현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타도 중국’이라는 목적은 변치 않았지만 세부 전략·전술만 바뀐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은 ‘방법론’은 달리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미중 패권 경쟁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추격세가 꺾였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중국의 외형상 종합 국력은 미국이 방심할 수준이 아니다. 미래전의 주 무대인 항공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이 속에서 지난 7월 출간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강국 속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세계적 강국 지역적 소국’ 처지의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저자 임방순 박사로부터 미중 패권 경쟁의 추이와 전망, 한국 국익 극대화 방법을 들었다.

임방순 박사는 군(軍) 출신 중국 연구자이다. 육군사관학교 37기 졸업·임관 후 대만 국방대학 육군지휘참모학원을 수료했다. 경남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야전군 지휘관을 거쳐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주중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등으로 현장에서 중국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육군 대령 예편 후 인천대 교수로 강의했으며 한국미래문제연구원 콘텐츠개발실장 등으로 활동하며 안보 문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체험 보고서’가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익, 중국의 국익, 한국의 국익이 합치하는 지점은 어디라고 보나요?

“오늘날 한반도에서 미·중 양국은 일종의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라고 상황을 요약한 임방순 박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달리 표현하자면 한반도 전체가 각각 상대국의 세력권에 온전히 들어가지 않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결과 한반도는 평화와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지점에서 미·중 양국의 국익이 일치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한반도 분단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에서 1950년 6.25전쟁과 같은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 북한의 핵 위협, 무력 남침 시도 억제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지점은 경제 발전입니다.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한국과 동반 성장을 원합니다.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東北) 3성, 산둥(山東)성의 경제 발전을 위하여 한국과 교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안보 측면에서 중국과 공유할 수 있는 국익은 거의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한반도에서 한국, 미국, 중국의 국익이 합치하는 지점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북한 비핵화입니다. 추진 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국-미국-중국 등 3국이 협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경제력 부문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항공 우주 분야 등 첨단 산업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주춤합니다. 주지할 점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듯하고 경기 침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 인구 감소, 청년 실업 심화, 각급 지방정부 부채 증가, 부동산 침체 등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분야에서 중국의 미국 추월 여부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혹여 추월해도 미국이 재역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합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관망할 수밖에 없고요.” 임방순 박사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로 ▲우주 개발 ▲대만 통일 ▲우방국 확보 경쟁 ▲기축통화 등 4가지를 들었다. “지난날 서구(西歐)가 대항해 시대를 주도했습니다. 해양 패권을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패권도 장악했습니다. 추후에는 우주 패권을 장악하는 국가가 글로벌 패권 국가가 될 것이라 봅니다.” 그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수준은 미국에 버금간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2019년 창어(嫦娥)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후면에 착륙했습니다. 2024년 창어 6호는 달 후면 토양을 채취하여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화성에서는 미국 퍼서비어런스 로버(Perseverance Rover)와 중국 주룽(祝融)이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통일하면 태평양 진출은 용이해집니다. 한국과 일본의 해상 교통로는 중국 통제하에 들어갑니다. 미국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리더로서의 위상이 추락합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여 우방국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형국입니다. 중국이 점차 자국 통화인 위안(元)화 국제 결제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달러화로 구축한 미국의 금융 패권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이라 보나요?

이 질문에 임방순 박사는 “중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핵심 이익(core interests)’을 건드리지 않으면 가능할 것이다.”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합의와 양보가 불가능한 최상위급 국가 이익을 의미한다. 중국은 국가 이익을 ‘핵심 이익’ ‘중요 이익’ ‘일반 이익’ 등 3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후자로 갈수록 가변적이다. 핵심 이익이라는 용어는 2003년을 전후해 중국 지도층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1년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발행한 백서 ‘중국의 평화발전’에서 구성 요소가 공식 규정됐다. 대표적인 사안은 주권, 영토 문제이다. 이어지는 임방순 박사의 설명이다. “핵심 이익 관점에서 중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안은 ‘대만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에 의하여 중국 대만을 자국 영토의 나눌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간주합니다. 이른바 국토완정(國土完整)의 최종 목표로 대만과 통일을 추구하고요. 그 연장선상에서 하나의 원칙에 의하여 대만과 비(非)공식 교류는 허용하지만 공식 교류는 반대합니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발언하자 격렬하게 반발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한국 측으로서는 일반적인 발언이라고 해도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점에서 한국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리 말하여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여 관계를 악화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의견을 제시했다. “대만해협 양안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한 대화·조율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더불어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도 견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체에 참여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표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중국 견제, 대만 문제 개입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대만해협 유사시에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후방 군수 지원, 보급, 정비 등 ‘지원 역할’로 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대외정책에서도 여야 혹은 보수·진보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익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도 있는데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보나요?

“한국 정치권은 양극화됐습니다. 외교·안보 현안에서도 한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드물어졌습니다. 양극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구한말처럼 주변 열강의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현실을 진단한 임방순 박사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정부 여당에서 열린 자세로 야당을 포용해야 합니다. 국정 운영 책임은 기본적으로 정부 여당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여당은 우선 야당, 나아가 보수·진보 관련 단체를 초청하여 ‘국익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른바 끝장 토론을 벌여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형성된 국익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토대로 외교 문제와 안보 사안에 대응한다면 한목소리가 날 수 있고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국익에 대한 정의가 각기 다른 듯합니다.”

최근 북한러시아 밀착 속에서 북한중국 관계는 악화한 상황입니다. 중국은 한국과 가까워지려 하는 듯한데 어떻게 평가 하나요?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반기지 않습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였는데 러시아와 밀착을 통해 러시아에 의존하게 되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발언권이 이전보다는 약화합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더욱 강력해진 군사력은 중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 성능이 개량된다면 중국에게도 유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기조 중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한국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주지할 점은 중국은 북한과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관계 유지가 한국과 관계 개선보다 국익에 더 유리합니다. 결론적으로 한중 관계 발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북중관계는 혈맹(血盟)으로 포장하기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갈등 요소도 존재합니다. 전문가로서 평가한다면요.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권 수립,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성립 후 북한-중국 양국은 국교를 수립했습니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관계가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국교를 수립한 1949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75년 동안 ‘불편한 동거 관계’였습니다.” 임방순 박사는 북한과 중국은 ‘항미(抗美)’라는 공통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여 함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갈등과 불신이 늘 존재했다고 이야기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의심했습니다. 소련, 미국과 관계 개선을 타진하는 북한을 불신하였습니다. 반면 북한은 1992년 중국이 한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유엔(UN)의 대북한 제재에도 동참하자 ‘배신자’라고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중국 갈등이 대외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원인으로는 상호 자제를 꼽았다. “양측은 적당한 선에서 자제했기에 한계선(red line)을 넘어 파국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중국과 북한의 이상 기류는 지난 사례에 비춰 봤을 때 특이한 경우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파국으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는 지난 사례와 다른 점도 존재한다며 다음을 강조했다. “첫째, 1960년대 중소 분쟁 시기 중국은 북한과 소련의 밀착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에 접근했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전부 수용하였습니다. 오늘날 중국-러시아는 준(準)동맹 관계입니다. 러시아-북한 밀착은 중국에는 위협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러시아도 중국을 불편하게 하는 수준의 대북한 지원은 자제할 것입니다. 둘째, 중국과 북한의 객관적인 국력 차이 입니다. 1960년대 중국은 강대국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G2 국가’입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낙후된 공산 독재국가에 불과합니다. 북한은 중국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지만 중국은 북한 정권이 망하지 않을 정도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략적 가치 측면에서 한반도 그리고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어떤 가치를 지닌다고 보나요?

“미국에게 있어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먼저 중국이 일본을 직접 위협하고 태평양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서 베이징, 톈진 등 중국 수도권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라는 의미입니다. 다음으로 한국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표 성공 사례입니다.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미국식 제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실증 모델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달성한 국가로서 사회주의 국가 북한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민주당 집권이 연장될 경우 현 바이든 행정부 정책 기조가 유지될 듯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대외 정책 기조 변화가 예상됩니다.

임방순 박사는 지난 트럼프 행정부 사례를 먼저 짚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데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를 왜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냐’는 발언을 했습니다. 참모진의 증언에 의하면 ‘주한 미군을 당장 철수 시키라’는 즉흥적인 지시도 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방: 존 볼턴의 백악관 회고록’ 등에 의하면 참모진은 ‘주한미군 철수는 집권에 성공하고 2기 행정부 때 해도 됩니다.’라며 간신히 주한미군 철수를 만류했다고 하죠.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트럼프는 해외 미군 문제를 거론하며 ‘안보 무임 승차’를 거론했고요. 이에 비춰 볼 때 트럼프 재집권 시 주한미군 철수는 유력한 ‘협상카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협상카드로서 주한미군 문제는 남북한에 모두 유용하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에게는 트럼프가 제시한 거액 방위비 분담금을 수용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할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북한에게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 중단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사용할 것입니다.”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방위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요? 일각에서는 독자 핵 개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한국 자체 방위 책임’ 등식이 성립합니다.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북한 핵무기입니다.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보편 상식입니다. 비대칭 무기가 지니는 특징이죠.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한국은 불가피하게 독자 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임방순 박사는 핵무기 개발이 수반하는 제반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핵 개발은 단순한 기술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의 핵 무기 개발 잠재 능력은 충분합니다. 경제력도 갖췄고요. 문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 외에는 공식적으로 핵 개발·보유를 용인하지 않는 ‘핵확산금지조약(NPT)’입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한국의 핵 개발을 용인해야 핵 개발이 가능합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일부 관료나 학자가 한국 독자 핵무장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주류 의견은 여전히 핵확산 금지입니다. 쉽게 말해서 미국이 반대하면 독자 핵개발은 불가합니다. 중국도 반대할 것입니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큰 문제는 독자 핵개발을 할 경우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주장할 명분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재집권 시 한반도 안보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종전 한국 방위의 주축인 한미동맹이 질(質)적 변화를 격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늘날 미국 대외정책 제1순위는 중국 견제입니다. 이제까지는 한·미·일 안보협력 등 동맹국과 협력을 통하여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해 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생각은 기존과 다른 듯합니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통해서도 중국 견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실현하려 들 것입니다.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좋은 부동산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동산’은 중국 수도권과 인접한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입니다. 북한 역시 미국과 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접근하고 대화를 시작한다면 중국도 북한에 접근할 것입니다. 지난 북미 정상회담 전후해서 2년간 시진핑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은 5차례 열렸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한 리일규 전 주쿠바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관은 ‘북한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천 년에 한 번 오는 기회이다.’라고했습니다. 이를 종합할 때 트럼프 재집권 시 김정은과 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상황을 분석·전망한 임방순 박사는 한국의 안보에 직접 위협이 될 위험 요소 설명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안보와 관련된 모종의 밀약(密約)도 맺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주한미군 감축 혹은 완전 철수 ▲대북한 확장 억제력 약화 ▲한미연합훈련 폐지 등입니다. 2019년 6월,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담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의 반대로 회담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이 주연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당시에는 조연에 그쳤습니다. 미북 대화 과정, 밀약 단계에서 반드시 한국이 소외돼서는 안 됩니다.”

트럼프는 이른바 안보 무임 승차론을 내세워 동맹국에도 방위비 증액 압박, 유사시 미군 철수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경우 연간 주한미군 주둔비 34000억 원 전체를 상회하는 연간 5~6조 원 규모의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 우방국에 방위비 증대를 요구할 것입니다. 트럼프의 대만 관련 발언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듯 그는 방위비를 일종의 보험으로 간주합니다. 보험금을 내야 방위 제공을 하겠다는 의사입니다.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의 경우 1991년 연간 1,500억 원 선에서 시작하여 2021년에는 연간 1조 1000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는 현행 수준의 5배인 5조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공하는 미군 주둔 비용에는 공식 분담금 제외하고도 미국산 군사 장비 구입 비용, 평택을 비롯한 각지 군사 기지 무상 제공 비용, 기지 내 수도·전기 공급, 토지세를 비롯하여 각종 세제 혜택 제공 등을 망라합니다. 매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위비 외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추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위비 협상에 포함시켜야 할 내용 등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한미 동맹이 귀중한 자산이듯이 미국에게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미국은 비용에 앞서 정신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